본문 바로가기

fAntasize | 글/oTaku

[冊] 자살가게

728x90

작가인 장 퇼레는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겸 작가이며 배우로도 활동했었던 인물이다. 또한 그의 작품은 영화로도 개봉된 바 있어, 시나리오 작가라고도 할 수 있다.

'프랑스적 엽기와 유머가 녹아있다'고 평가됐다던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어느 정도인지 넘겨짚지 못할 미래에 생기는 자살용품점이라는 공간적 배경이다. 가문 대대로 자살용품을 팔아오는 가게의 막내 아들 알랑으로 인해 자살을 권해오던 튀바슈 가문이 겪는 변화를 말하고 있다. 자살의 부질없음과 인생에 대한 아름다움과 희구를 끝끝내 사람들에게 부여해주고자 하는 블랙코미디 형태의 희극으로, 희망이라는 메세지를 반드시 설파하고자 하는 작가의 목적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나있다.

하지만 메시지의 의도가 전해지는 무게감에서는 괴리가 있다. 진지함과 묵직함으로 제작했지만 킬링 타임용으로 전락하는 영화가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진중한 메세지를 전하고자 하지만 결국은 킬링타임 이상의 범주를 넘어서진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보는 내내 기발하다고 생각됐던 것은 자살용품점이라는 설정 뿐이었다. 염세적이고 부정적인 가문을 아무런 장치 하나 없이 그저 즐거움과 유쾌한 마인드 하나만으로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막내 아들 중심의 스토리 전개는 그저 '자살을 선택할 만큼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별것도 아닌 일에 자살하려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소로 이어져있다.

'자살할 만큼 힘들다'는 것의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하는 지는 의문이며, 그에 대한 평가도 각자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살을 권하면서도 삶에 대해 죽도록 미련을 갖고 있는 튀바슈 가문은 애초에 이미 염세적인 바탕에서 나오기 위한 절반의 준비를 마쳤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물론 죽고자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에 대한 지대한 갈망이 굴복되며 의지를 잃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결국 이 책은 자살이라는 '현상'만을 말할 뿐,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수 많은 '상황'에 대해서는 지극히 간과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세상이 각박해지며 자살에 대한 경각심이 심해지는 시대에,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는 부분을 지적하는 것을 블랙 코미디적 해학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이 정도로만 짚어도 충분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왠지 공허하게 남는다.

 

 

 

Le magasin des suicides (2007)

장 퇼레 Teule, Jean

728x90

'fAntasize | 글 > oTaku' 카테고리의 다른 글

[冊] 도쿄기담집  (0) 2025.05.05
[冊] 단테의 신곡  (0) 2025.05.05
[영화] 불멸의 주체를 바꾼다 - 드라큘라  (1) 2025.04.28
[GAME] FM은 과학이다...  (21) 2024.05.28
[드라마] 야한(夜限) 사진관  (0) 2024.05.15


Popular Posts
Calendar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25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