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Antasize/gIbberish

불안한 지표

728x90
반응형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수행 전망에서 희망적으로 평가한 응답률(46.0%)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46.7%) 보다 낮게 나타났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지표다.

 

지인들은 알겠지만, 나는 애초부터 윤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의 성장 배경과 과정, 커리어와 상식 등을 모두 종합해볼때, 노련하게 국정운영을 잘해나갈 능력은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혐오의 선거'였던 20대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그를 지지한 이들 중에서 대다수도 "상대가 싫었다"가 주된 이유였던 경우가 상당하다. 곧 윤 당선인이 뚜렷한 장점이 없다는 것을 이미 인지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그만큼 정치 능력에서 약점이 많다. 모든 공약은 상황 판단과 현실 자각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현 정부 뒤집기'가 초점이었고, 그만큼 실현 가능성도 높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미중 갈등과 일본의 삽질 드리블 같은 혼탁한 국제 시류에서 노련함을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상황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해왔던 현 정부를 정면 비판하는 기조이기에, 일본에 대한 굴욕 외교나, 미중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해 초반에는 미국, 후반에는 중국한테 카운터 펀치를 맞았던 박근혜 정부의 외교 패착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은 특별히 걱정스럽다.

 

하지만 그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러한 나의 우려와 예상이 기우로 끝나기를 바란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나라가 망하기를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인 것이 있을까? 예상을 깨고 윤 당선인이 잘하기를 바란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부터 뭔가 헛다리를 짚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나아지기를 바란다.

 

일부에서는 '아니다 싶으면 탄핵시키면 된다'고 하지만, 탄핵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벌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국민의 직접 선거가 기반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로 선출한 대통령을 10년 안에 두 번이나 탄핵시킨다는 것 자체가, 자기 얼굴에 침 뱉기이다. '써 보고 안되면 말고'라고 할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국민의 힘 또한 한 번 당한 일을 순순히 두 번 당하겠는가? 

 

그런데, 지금의 지지도 지표는 상당히 우려가 된다. 여전히 부정적 지표는 현 정권이 높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퇴임을 앞둔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이토록 높은 것은 이러한 여론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심지어 50%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 반면, 취임을 앞둔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기대가 이토록 낮은 것 또한 최초다. 못해도 7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서, 퇴임을 앞둔 대통령보다 보통 2배 이상의 지지율을 받았는데, 무척 당황스러운 지표다.

 

당선인 시절과 취임 직후는 대통령이 가장 큰 힘을 쥐는 시기다. 이 기간을 '허니문 기간'이라고 한다. 왠만한 실책이나 실수는 언론과 야당에서도 눈감아 준다. 신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주다가는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국민 여론에 역풍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기에 대통령은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가장 전폭적으로 시도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기의 지지율이 이 정도 수준이면, 야당으로서는 순순히 허니문 기간의 숨죽이기에 들어갈 이유가 없어진다. 게다가 민주당은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6월 지방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길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지만, 국민의 힘이 거기서 승리한다 해도 이를 여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능력과 연결 지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국민 지지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취임 초기 정부에는 무척 부담이 크다. 그런데 윤석열 당선인은 이런 상황을 돌파해 나갈 정치력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뭐가 있을까?

 

간단하다. 전 정부와 정적에 대한 공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실상의 압박과 공격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모욕주기를 시작한 것은 자신이 촛불집회로 위기에 몰린 반면, 퇴임 전 국정 지지율이 바닥까지 떨어졌던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서글서글한 이미지로 국민적 호감이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배경이 아니었다면 이 전 대통령도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비극적인 결과까지 예상하지는 못했겠지만...

 

지금과 같은 지지율이 이어진다면 윤석열 신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과 개인 문제에 대해 흠집 잡기에 들어가 공론화 시키고, 이재명 전 후보와 관련된 사항들에 대해 집중 공략을 할 수밖에 없다. 법적인 문제를 만들어 수사와 비리로 기존의 성과들도 뒤집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자신을 향한 여론의 칼끝을 돌리기 가장 쉬운 방법이 이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들의 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철저히 모르쇠와 무시로 일관할 것이다.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건희 씨의 학력 위조와 논문 문제는 심각한 잘못이자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임을 알 것이다. 주가 조작 등의 문제도 수사를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나서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대가를 치르는 것이 맞다. 그런다고 윤 대통령의 당선이 취소되지 않는다. 그런데 검사 출신의 여당 인사는 뻔뻔하게도 "윤 후보가 당선됐으니 처가 의혹은 이제 거론해서는 안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공식적으로 내뱉고 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힘'이라는 옷을 입고 있을 뿐, 기저의 바탕은 기득권을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는 검찰 권력에 두고 있다. 적어도 후보 시절, 그의 폭주와 실책에 대해 바른 말을 하던 이준석 당 대표가 성 접대 의혹 한방에 단박에 색깔을 바꿔, 입에 재갈 물린 충견으로 바뀐 사례만 봐도, 윤 대통령과 그 주변이 방향을 잡을 해결책이 어떨지는 명백하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당연히 국민 여론은 양분되고, 대립적이 되며, 윤 정권을 지지한 주류 언론의 비호에 지지율은 역풍을 맞을 것이고, 상당한 사회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건전한 토론은 더욱 사라지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넘쳐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윤 당선인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해야하고 국민적 신뢰가 높아야만 한다. 그래야 역대 당선인들이 늘 입버릇처럼 말했던 '포용과 화합'이 가능하다. 지금의 흐름이 계속되면, 열세 극복과 상황 역전을 위해 정권은 권력을 통한 압박과 검찰을 앞세운 전쟁에 들어갈 것이고, 국회 다수당인 야당은 다수결로 전면전에 나설 수 있다.

 

모쪼록 평화롭기를... 시대 착오적인 색깔론과 광화문 광장에서 동상이몽의 무리가 충돌하는 비극은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표=리얼미터

 

반응형

'fAntasize > gIbberish'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골 때리는 그녀들  (6) 2022.04.08
싸이월드라는 헬게이트  (0) 2022.04.05
이상한 시절의 시상식과 미디어데이  (1) 2022.03.28
마녀체력 농구부  (2) 2022.03.23
가망이 없는 건가...  (2) 2022.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