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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시절의 시상식과 미디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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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정규리그가 종료되면서 오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63 컨벤션센터에서는 정규리그 시상식과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미니멀하게 준비된 행사였는데, 갑작스런 비보로 더욱 압축적이고 빠르게 행사가 진행됐다.

 

1. 신한은행의 코로나 이슈
아침에 시상식에 가기 전, 소식을 알게 됐다.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과 통화했다. 목소리가 침울했다. 준비를 잘 해왔는데 선수들이 상실감이 크다는 부분을 걱정했다. 어제 자가키트 검사에서 4명이 양성이 나왔고, 오늘 아침에도 2명 정도가 몸이 안좋다고 했다고 한다. 전원 다 PCR 검사를 받았는데, 자칫하면 엄청 많은 인원이 집단 감염일 수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확진자가 1명만 나와도 사실상 다 걸리는 것"이라는 말이 거의 대부분의 구단들을 통해 증명이 되었기에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 선수단은 아무도 시상식장에 올 수 없었다. 따라서 역대 가장 단촐한 시상식이 됐다. MVP 포함 7개의 트로피를 확보한 박지수(KB)가 자가 격리 기간이어서 참석하지 못했고, 2개 부문 수상자인 김단비(신한은행), 스틸상 수상자인 한채진(신한은행), 식스우먼상 수상자인 이경은(신한은행)도 불참했다.

2. 수상 소감 화상 연결
박지수가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됐을때, WKBL에서는 발빠르게 소감을 화상통화로 연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시상식 전 리허설때도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본행사에서의 연결 상태는 절망적이었다. 소감을 말하는 박지수는 세상을 떠난 후배 선가희가 생각나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충분한 수상소감을 전달했다. 하지만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아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박지수는 인터뷰 경험이 많고, 공식 인터뷰를 잘 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경험이 많기에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상당히 길게 수상 소감을 전했다. 기자들이 충분히 기사를 처리할 수 있는 분량을 잡아줬다고 본다. 하지만 결국 알아들을 수 없는 연결로 인해, 시상식이 모두 끝난 후, 박지수는 다시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를 했다. 결과론이지만, 어차피 MVP가 박지수라는 걸 알고 있었던만큼, 미리 녹화를 해서 내보내는 게 안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현장 의견도 나왔다.

WKBL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발빠르게 대처하려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IT와 관련해서는 영 궁합이 맞지 않았다. 매타버스로 시작이 꼬였고, 마지막을 화상통화가 망쳤다. WKBL 관계자들은 미디어데이때 구나단 감독과 김단비의 줌 연결도 문제가 생길까봐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이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3. 신지현의 거취
그 어느때보다 밝은 표정이었던 신지현은 FA 거취와 관련해 여전히 "쉬면서 생각해 볼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사실 아직, 쉬는 것조차 시작한게 아니긴 하다. FA계약기간이 시작되지 않아 아직까지 외부로부터 아무런 오퍼를 받은게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WKBL 팀들이 생각보다 FA 템퍼링 금지 조항을 잘 준수하고 있다. 특히 원소속구단 우선 협상이 없어진 2차 FA들에게는 더욱 그런 느낌이다.

이날 시상식에는 FA제도가 바뀐 후 2020년과 2021년, 최대어로 시장의 주인공이 됐던 박혜진(우리은행)과 강이슬(KB)이 있었다. 이들이 신지현에게 해준 조언은 특별할 게 없었다.

"쉬면서 천천히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지? 그거 안돼? 잘 못 쉰다. 생각이 정말 많아져서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고 오히려 힘들어."

일단 신지현은 아직까지 실감은 안난다고...

사실, 하나원큐는 이날 시상식을 마친 후 신지현과 대략적인 사안에 대해 조율을 할 예정이었지만, 신지현의 개인 일정이 있어서 다음으로 미뤘다는 것 같다.

4. 시상식 결과
기자라고 해서 기자단 투표의 방향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기자들 중, 경기장에 많이 오는 기자, 자주 오지 못하지만 늘 농구를 체크하는 기자도 있지만, 신경을 잘 쓰지 못하는 기자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때로는 투표 결과에 놀랄 때도 종종 있다. 빈도 수로 볼때 KBL보다 WKBL에서 그런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경합으로 예상했던 부문에서 의외로 예상대로 결과가 나온 반면, 어떤 부문에서는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차점자 결과까지 개인적으로는 뜻밖이었다.

 

▲ 투표에 의한 시상 부문

(1) 기자단 투표(총 110표)

MVP : 박지수(KB/110표)

베스트5 가드 :  박혜진(우리은행/96표) 신지현(하나원큐/81표) - 안혜지(BNK/11표) 박지현(우리은행/9표)

베스트5 포워드 : 김단비(신한은행/107표) 강이슬(KB/87표) - 김소니아(우리은행/26표)

베스트5 센터 : 박지수(KB/110표)

신인상 : 이해란(삼성생명/100표) - 조수아(삼성생명/10표)

지도상 : 김완수 감독(KB/80표) - 구나단 감독(신한은행/22표) 위성우 감독(우리은행/8표)

식스우먼상 : 이경은(신한은행/66표) - 고아라(하나원큐/13표) 강아정(BNK/6표)

 

(2) 심판부 투표(총 13표)

모범상 : 신지현(하나원큐/8표) - 한채진(신한은행/3표)

 

(3) 심판부+경기운영요원 투표(총 33표)

MIP : 이소희(BNK/19표) - 허예은(KB/8표) 김지영(하나원큐/5표)

 

(4) 6개구단 감독 투표(총 6표)

우수 수비 선수상 : 박지수(KB/3표) - 김단비(신한은행/1표) 진안(BNK/1표) 한채진(신한은행/1표)

 


5. 미디어데이 
오늘 행사장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무거웠다. 특별히 그래야 할 이유는 없는데, 뭔가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이는 미디어데이도 마찬가지었다. 진행을 맡은 김기웅 KBSN 아나운서는 일부러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질문도 많이 던졌다. 

개인적으로 이런 자리에서의 질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판에 박힌, 누구나 예상할 법한 모범답안만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분위기를 바꿀 법한 답을 이끌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오만이었다 ㅠㅠ)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에게 질문을 했다. "올 시즌 초보 감독들이 시즌 중 본인에게 '위대한 감독', '존경받아야 할 분'이라는 말을 했는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후배 감독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사실 시즌 중에도 몇번 주고 받은 이야기였다. 위성우 감독은 처음, "과분한 칭찬", "선배라고 예우해주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게 몇 차례 반복되자... "아... 이거 멕이는 거 같은데...", "아니.. 이 사람들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닙니까"라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위성우 감독에 대한 젊은 감독들의 Respect가 언제부턴가 살짝 밈이 되어가는 느낌도 있었다. 

올스타전때 다들 모였을때 이 질문을 던지면 재밌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올스타전은 취소됐다. 공교롭게도 플레이오프에 오른 감독들이 모두 초보감독이기에 이 자리에게 위성우 감독이 그 밈에 대응해주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위대한 감독'이라는 말이 나왔을때 당혹스러워 하며 찡긋하는 위성우 감독의 표정을 보며 '아... 충분히 위트있는 답으로 대응해주겠구나'라는 기대도 생겼다.

"아.. 뭐 그건.. 내가 감독을 오래하다보니, 오래한 감독한테 예의상 해주는 수식어라고 생각하고요..."

.... 망했다. 

 

예능을 던졌는데 다큐로 받으셨다. 차라리 사전에 질문하겠다고 말이라도 할 걸... -_- 하긴... 내가 요즘 하는 게 다 꼬이긴 한다.. 젠장...

6. 플레이오프 일정과 강이슬
신한은행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플레이오프 일정이 모두 밀린다면 각 구단별 손익계산은 어떻게 될까? 

 

신한은행으로서는 일단 선수들이 최대한 전력에 복귀할 수 있어야 하기에 굳이 계산을 따질 것도 없다. 일정이 밀리는 것에 대해 우리은행과 KB도 나쁠 것이 없다. 두 팀 모두 코로나19에서 복귀한 선수들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고, 훈련량이 부족했기에 시간을 벌게 되는 게 나쁠게 없다. 다만 BNK는 일정이 연기되는 게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코로나19에서의 회복세도 안정적이고, 경기 감각, 팀 분위기도 좋다. 오히려 다른 팀들이 정비할 시간을 갖는게 BNK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신한은행의 코로나 사태가 대규모 확진일 경우에는 플레이오프 전체 일정이 연기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런데 강이슬의 경우 WNBA 워싱턴 미스틱스의 트레이닝 캠프가 4월 17일부터 시작이다. 지금 일정대로 해도 챔프전을 마치자마자 출국해야 한다.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고 하자 강이슬은 "아... 난 어떡하지?"라고 당황했다.

그러자 정상호 BNK 사무국장이 유쾌하게 받아쳤다. 

"뭘 그렇게 걱정을 하나? 얼른 미국으로 가야지. 그런 고민 안하려면, KB가 플레이오프까지만 하고 그 뒤는 우리한테 맡기면 되지!"

시즌 중, 삼성생명과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며 플레이오프 행이 쉽지 않아 보였을때...  안타까운 표정으로 "내 이번 시즌 바람이 뭔 줄 알아? 다른 거 없다. 여기 사직에 관중들 제대로 모이는 거 보는 거... 그리고 플레이오프 올라가서 딱 한 경기만 이기는 거다. 떨어져도 돼. 여기에 팬들이랑 다 모여서 그렇게 한 경기만 이기면 된다. 난 그거면 된다" 라고 했던 정 국장님...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니 확실히 챔프전이 탐나나보다. 하지만 강이슬도 지지 않았다.

"아닙니다. 챔프전 뛸 겁니다. 꼭 우승할 겁니다. 미국 미루고 다 뛸 겁니다"

덧. 농담으로 강이슬한테 미국 가면 엘레나 델레던 싸인 좀 받아달라고 했다. -_- 강이슬은 "내가 그 팀에 남고, 그리고 델레던이랑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면 받아드릴게요" 라고 답했다. 오늘도 김한별이 하는 영어를 통역이 말하기 전에 알아들으려고 무척 노력했단다. 델레던에 대한 강이슬의 생각은 '멋지다'였다. 예전에 정진경 WKBL 경기운영본부장이 "다음 세상에는 델레던으로 태어나서 마음껏 농구해보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강이슬도 "정말 다 가진 것 같다. 외모와 키와 운동 능력 모든게 다 탐나고 멋있다. 나도 델레던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델레던의 성 정체성과 관련해서는 "농구와 관련된 거만 갖고 태어나고,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하겠다"라고...

 

덧2. 국장회의 결과 KB와 BNK의 플레이오프는 일정대로 할 것 같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플레이오프만 신한은행 PCR검사 결과에 따라 변화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

 

사진은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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