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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 임태훈- The Dominator of the fighting 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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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내내 허리 디스크로 통증을 안고 살았다.

제대로 발을 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마운드는 그에게 휴식을 줄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해 선발과 불펜을 오갔지만 그에게 돌아온 평가는

'예전같지 못한 홈런공장 임태훈'

이라는 달갑지 않은 말 뿐이었다.

 

하지만 임태훈은

그가 왜 신인왕이었는지

그가 왜 두산의 차세대 에이스로 평가받는지

그가 안정적인 성적을 거두지 못해도 국가대표 후보로 왜 거론되는지를

당당하게 증명했다.

  

2010년 10월 13일 대구 시민 운동장의 11회말 2사 만루

 

난 당연히 임태훈이 박석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리라 생각했다.

 

박석민은 좋은 선수였지만

그 역시 몸이 온전치 않았고,

시리즈 내내 컨디션이 좋지 못했으며,

이날의 감각도 임태훈의 구위를 이겨낼 수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내 카메라 포커스는 임태훈에 맞춰져 있었고,

임태훈의 공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삼성팬들의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공이

두 번이나 양의지의 미트에 꽂혔다.

 하지만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임태훈의 승리를 예상했고,

2사만루 위기를 넘기는 순간

임태훈의 포효를 찍기 위해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박석민은 임태훈의 볼을 쳐냈다.

 

임태훈의 구위에 밀린 볼은

힘없이 내야에서 불필요한 체공시간을 보낸 끝에

이 명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 때에도 여전히 내 카메라의 포커스에는 무릎꿇은 임태훈이 정확히 잡혀있었고,

반 셔터가 들어가면서 카메라에서는 포커스가 맞았다는 신호를 짧게 보냈다.

 

하지만..

 

나는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2010년 두산의 마지막 마운드를 지킨 선수가

무릎을 꿇어야 할 선수가 아니었음을 알기에

도저히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좋은 기자가 될 수 없었나 보다.

 

경기가 끝난 후

자신을 성원해 준 꼬마 팬에게

임태훈은 힘없이 미안하다는 말을 건냈다.

 

하지만 투혼의 지배자였던 임태훈이 누구에게도 미안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어이없는 모양세로 마지막 곡선을 그린

야속한 공이야 말로

불과 몇초전까지 자신을 감싸고 있던 임태훈에게 미안해야했다.


 

시즌 내내 임태훈이 살아난다면 팀의 마운드가 달라지리라 기대를 가졌고

시리즈에서 뿜어진 폭풍같은 그의 위력에 열세를 딛고 우승을 꿈꿀수 있었다.


 

임태훈.

당신은 희망이었고,

당신은 투혼이었으며.

당신은 두산의 미라클 그 자체였다.




파일명 _36Q8752

내가 찍은 그날 사진의 마지막 컷이다. 

 

내가 기억하는 임태훈의 2010년 마지막 모습은

잔혹한 승패의 사슬에 묶여 결국 무릎을 꿇어야 했던 비운의 주인공이 아니라,

 

마지막 타구마저 구위를 이기지 못했던

위력적인 볼을 내꽂던 당당하고 역동적인 이 모습이다.
  
 

 

 

아직도 당신의 공이 미트에 꽂히던 그 경쾌한 소리가 귀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20101013 VS 삼성 / 대구

2010년 두산의 2010년 마지막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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