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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집중은 마녀사냥을 부르고, 시간은 망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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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에 실패한 홍명보 감독에 대한 유임을 결정했다. 여론이 들끓고 있다. 비난 일색이다. “실패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며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월드컵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4년간 감독을 세 번이나 바꾼 협회에 대한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홍 감독에 대해서는 철면피라는 공격과 함께 이제는 월드컵 본선을 앞둔 시점에 성남 분당 지역에 땅을 사러 갔다며 투기 의혹과 함께 직무 유기까지 언급하고 있다.

협회에 대한 지적은 일견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승적인 시각에서 대표팀을 지원하는 부분에서 잘했다고 평가할 수 없었음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 감독에 대한 비판은 비판의 수준을 넘어서 원색적인 비난으로 향하고 있다.
 
대표 명단 발표 당시 박주영과 윤석영의 발탁 등으로 불거진 홍명보의 아이들중심의 의리 선발논란에 대한 불만이 결과와 연결되어 폭발했다. 이들은 대표팀이 대회 내내 투지를 잃었다며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서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경기는 알제리 전 한 경기였다. 마지막 벨기에와의 경기에서는 분명 강한 투지를 보여줬다. 알제리와의 경기에서도 짧은 시간에 연달아 세 골을 허용하며 흐름을 놓친 부분이 컸다. 물론 홍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과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한 경기를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이 보인 총체적인 모습으로 싸잡아 탈락의 원인으로 매도하는 모습은 온당치 못하다.
 
대표팀의 전력 자체가 16강을 통과하기에 벅찼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2002년 신화에 매몰되어 ‘16강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착각하는 인식이 더 위험하다.
 
물론 이번 대회 결과에 대한 평가와 반성은 냉정하게 진행해야한다. 그러나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에서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당면과제에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홍명보 경질은 가장 마지막에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홍명보 감독이 최근 월드컵 대표팀을 맡았던 감독 중 가장 월드컵 준비 기간이 짧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월드컵에서의 결과가 아쉽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에 대한 협회의 해명을 단순히 '의리'라고 덮어씌우고, 몰아붙일 바는 아니라는 것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예를 들며 차범근 감독 경질을 말한다. 그래서 당시의 경질이 잘된 예였던가? 특히 당시 차 감독은 네덜란드전 0-5 패배 때문이 아니라, 패배 이후 "벨기에 전에서 다음 대회를 위해 어린 선수들 위주로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말을 했다가 한 경기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렸다는 이상한 논리에 희생됐다.
 
잘못했던 과거의 예를 들며 그대로 하지 않는다고 다그치는 지금의 여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는 그저 내 바람대로 하지 않았고, 내 기대에 못 미쳤으니 나가라는 것이지 않은가? 원칙과 대의명분으로 포장하는 것은 오히려 자기 합리화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화풀이다.
 
들끓다가 이내 잠잠해지는 여론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거쳐 일고 있다. ‘세월호 참사만 봐도 그렇다. 얼마 안 있으면 세월호 침몰 3개월이 된다. 국정조사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고, 유족들은 연일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밑바닥부터 바꾸겠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머리를 조아렸던 일부 정치인들은 이미 등을 돌렸다. 관심을 잃은 건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스스로는 아니라 할지 모르지만 세월호가 언제 적 얘긴데 아직도...”라고 말한다. 그렇다. 틀린 말은 아니다.  사고가 발생한지도 한참이다.
 
그런데, 침몰 3개월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도 세월호와 관련되어 해결된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다만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세월호를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잊고 용서하고 평정을 찾기 위해서는 사태가 수습되어야 한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이 지났으니 "할만큼 했다"는 주장이 점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주의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원칙이므로 최소한의 슬픔으로 묻자는 것일까? 뜨겁게 달아올라 맹렬히 식어가는 우리의 여론은 불과 2년 전 올림픽 최초의 메달 획득을 이끌었던 감독을 수렁으로 잡아끌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물론 얼마간의 시한부 열기일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홍 감독 경질이 월드컵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가리고 앞으로의 대안을 마련하는 올바른 선택일까?
 

월드컵 성적과 축구 발전을 위해 자국리그 성장이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다시 열린 K리그 클래식보다 브라질의 1-7 패배가 더 관심인 이들의 시야에서 결국 변화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무엇이 더 문제일까?

토요경제 / 2014년 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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