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는데까지 채 한 시간도 필요치 않지만, 이런 책은 항상 책을 덮은 다음까지, 오로지 감정선의 끝에 오랫동안 남아 있다는 몹쓸 특징이 있다. 우는 것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야속하게 짧았는지를 되뇌이게 해주는 책이 바로 다이고로의 이야기 이다.
선천적인 장애를 갖고 태어난 원숭이가 반려동물로서 인간 가정에 융화되다가 결국 폐렴으로 2년 반 만에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내며, 삶에 절망하고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자 한다.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그랬듯이(이후 그의 삶이 어떠했는가는 논외로 하자),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의 오히라 미쓰요가 그랬듯이, 그리고 우리나라 TV에도 등장했던 동물과 대화를 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하이디가 일본에서 만났던 장애견 타로가 그랬듯이 말이다.
하지만 하나의 절절한 투쟁같았던 다이 고로의 짧은 삶이 너무 안쓰러워서,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능이 높은 반려동물일수록 자신이 '동물이 아닌 사람'이라 착각한다고 한다. 다이고로는 사는 내내 자신을 다른 개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가족의 일원이기 위해 충실했고, 사람과 진실로 교감하고, 같은 시선을 교환했다. 그랬기에 선천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극복을 해내고 죽기 전까지 가족의 일원으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해 낸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가족들에게 죽음이 무엇인지 제일 먼저 가르쳐야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지만, 짧은 삶동안 자신이 갖고 있는 선천적 장애를 잊고 극복한 만큼, 다이 고로는 충분히 행복했고, 그 이상 사랑받았으리라 믿는다.
이 글을 처음 작성한 2010년, 나는 이런 단락을 마지막에 적었다.
'문득 열네살 나이에 접어든 노견인 우리 집의 애완견을 쳐다보게 된다. 열살이 되던 해 부터 마음속으로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하지만 14년동안 우리 집에서 동물이 아닌 가족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너무도 충실한 이 녀석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는 생각도 하기 싫은 당황스러움과 나아가 두려움이다. 아직까지 너무나 건강하고 매일 매일을 규칙적으로 한없이 귀엽기만 하지만 반려 동물과의 이별이 항상 어느 날 갑자기 닥친다는 수많은 경험담들은 항상 나를 불안하게 한다.
세상에 대해 긍정적이지 못한 나 자신에게 이런 책은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책이 되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없이 삐뚤어진 나한테 그정도의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 다만, 가족의 품에서 항상 가족으로 최선을 다한 다이고로는 우리집에서 14년째 꾸준히 자신의 역할에 누구보다 충실한 애완견과 디졸브되서, 그 현실적 고마움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문득 [우리개 이야기]라는 영화가 다시 떠오른다.'
그 아이는 18살의 삶을 살고 세상을 떠났다. 이별의 순간이 너무 아파, 여전히 그 아이가 세상을 떠나던 순간 이후 약 1주일의 기억에 내게서도 사라졌지만, 그 아이가 나와 우리 가족에게 줬던 충만한 행복에 비하자면 1주일은 너무나 보잘 것 없고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다. 여전히 그립다. 애틋하다. 그리고 지금 6년째 우리집에서 먼저 떠난 아이의 빈 자리를 채우며 역시 좋은 반려 가족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 녀석에게도 항상 고맙다.
다시 다이고로의 이야기로 돌아가 마무리 하자면..
2년 반은 너무 짧았다. 신은 잔인하다.
ありがとう大五郞 (2008)
오타니 준코 大谷淳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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