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에서는 선비와 군자는 몸가짐을 가벼이 해서는 안 되며, 마음씀씀이를 너무 무겁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몸가짐이 가벼우면 사물에 자신이 흔들리게 되고, 마음이 무거우면 활달한 기상을 잃게 됨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경박함은 신뢰와 거리가 멀고, 집착과 고집 역시 존경과는 함께 양립할 수 없는 단어다. 때문에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서 전 세계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분쟁지역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에 대해 경고하며 일본은 이러한 범죄행위를 막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자행했던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이라면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뱉는 그의 말 한 마디가 국가의 품격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채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과거사에 대해 以掌蔽天으로 일관하는 한 국가 지도자의 어리석음은 그가 이끄는 나라조차도 한 없이 초라하게 만든다.
전쟁을 통해 착취한 지역의 여성을 종군 위안부로 삼았던 부끄러운 역사에 대해 반성도 하지 않고 스스로의 입으로 분쟁지역에 내몰린 여성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아베의 모습에 정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진실을 피하기 위해 지나치게 무거운 사고를 갖고 문제를 도외시 하는 경박한 몸가짐은 국제사회에서 결코 신뢰와 존중을 얻을 수 없는 태도이다.
진중한 이는 붓 한 획을 그을 때도 마음을 다하는 법이다. 전 세계인을 상대로 여성인권을 말하는 아베신조의 발언에는 마음이 담겨있지 않다. 과거사 문제를 회피하는 비겁한 이의 치졸한 二律背反이 부각될 뿐이다. 영혼 없는 궤변에 불과하다.
인류가 일본의 현대사를 ‘범죄와 거짓, 은폐와 위선’으로 기록하기 전에 일본의 위정자들은 전향적인 태도로 국제사회와 진실로 어울리는 법을 깨달아야 한다. 부끄러운 역사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처참한 경험은 지금까지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또한, 민족의 존엄을 스스로 훼손하는 아베신조의 행보에는 딱한 마음마저 든다. 진정한 화합의 역사에 함께하지 못하는 자신의 그릇된 선택이 민족에게 害가 됨은 물론, 그가 그토록 추앙에 마지않는 그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가 얼마나 추악한 戰犯이었는지를 부각시키고 있음을 이제는 깨닫기 바란다.
문화저널21 / 2013년 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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