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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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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택적 수다와 배려를 위한 인내를 인지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무리겠지? 유인원의 지능이 높다 해도, 인간의 언어를 하지 못함을 다그칠 수 없는 것처럼... 어쩌면 이런 짜증의 하루하루가 이제는 보통날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자리와 무관하게 늘 똑같고 싶지만, 어떤 가면을 써도 제멋대로 해석하고 혓바닥을 놀려. 맞춤법도 모르는 게 작법을 말하는 것처럼, 표준어 기준도 모르는 게 규칙을 정하는 것처럼. 무시와 조롱의 까닭에 대해 꾸준히도 남 탓을 하고 싶은 老軀가 신이 나서 나대는 걸 보고 있어. 딱하다 싶으면서도, 어쩌겠어. 인생을 그 수준으로 밖에 살아오지 못했는데. 언제부턴가 훈수질에 맛이 들리셨어. 놀랍지. 입 여는 걸 보면 마치 내가 누군가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걸 보는 것 같아. Vermin!

 

2. '지구가 둥글다'에 대해 여전히 믿지 않는 이들이 있어. 지금도 그런데 처음은 어땠겠어? 내가 보지 않은 것에 대해 신중하겠다는 것과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무지하겠다는 분명 다른 이야기지. 후자를 현명함이라고 믿는 자들이 LSD를 통으로 들이마셨어. 그래도 광기는 없어 다행이지 싶어. 배를 절벽으로 대면서 엔진을 잠그고, 기름값을 아꼈다고 파티를 즐기지. 추락의 기로에 서면 또 남 탓을 할거야. 짐짓 동요 없는 억양과 표정으로 그럴거야. 그래야 품위라는 걸 가졌다고 생각하거든. 선원을 물린 자리에서는 모략과 회유를 일삼고, 누군가를 빼 놓은 자리에서는 그 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생산하며, 도파민에 취한 자기 뇌에게 '난 참 괜찮은 항해자'라고 주입을 시키지.

 

3. 反面敎師. 하루하루, 계속 배워야 하는 것. 정신적 아포칼립스를 맞이하면서도 무던히 지키고 보호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더 이상 내가 무리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지만, 추한 몰골을 들이밀어서는 안되는 거니까...

 

4. "그때 왜 가만히 있었어?" "내가 당해보니까 알겠어." 한정치산의 사고자라 얼마나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습관적으로 느껴질 만큼 자주 했던 말. 누더기를 걸치고 구관조처럼 반복하지마. 지겨워. 연민의 시기가 지나면 짜증이 밀려오기 마련이야. 그 후의 권태까지는 이르지 못했는데, 그때까지 번잡함도 견디게 하지마. 계속된 호의를 권리로 착각하는 것만큼, 배려와 양보가 늘 주어질 거라고 믿는 뻔뻔함에 질려버렸거든.

 

5. 잘 지내지? 안부를 이제야 던진다. 남아야 할 사람은 떠나고, 박멸되야 할 것들이 확성기를 들고 있어. 참 편했던 그때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아. '아마, 이런 느낌이었지'라는 잔상만 어렴풋이 공전하고 있어. 주마등처럼 신기루를 찾는다는 게, 나도 이제 연명자가 아닌 실종자로 낙인 받을 자격을 갖춰간다는 거 아닐까? 리보트릴-Cymbalta와 삶의 거리를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는데, 의미 없는 짓인 것 같아. 그나마도 이 와중에 난 또 배려를 택했네. 사실, 알량한 사고가 자선의 범위에 해당하는 관대함이라고 착각하는 자들에게 여지를 주고 싶지 않아서야. 그렇게 또 하루, 조금씩 더 익숙해지는 연명자의 보통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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