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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우승쾌거 … 정치권, 축하할 자격 있나?

우리나라 리틀야구대표팀이 세계 정상에 올랐다. 무려 29년 만에 이룬 쾌거다. 우리나라 리틀야구대표팀은 우리시간으로 지난 25,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암스포트 라마데 구장에서 열린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결승전에서 미국 그룹 1위 일리노이(시카고 대표)에게 8-4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이들이 이뤄낸 성과는 기적에 가깝다. 프로야구가 가장 인기 스포츠인 대한민국이기는 하지만 단 7개뿐인 리틀야구장에서 등록선수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할 때 미국과 일본을 꺾고 정상에 선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1985년에 우승을 차지하고 29년간 우승은커녕, 일본과 대만에 막혀 대회 출전조차 막혀 왔던 것 역시 열악한 저변과 인프라 때문이었다.
 
이들의 놀라운 성과에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현지로 축전을 보내 많은 국민이 기뻐하고 여러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축하하며, “한국 야구의 미래를 밝혀 줄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장기적인 리틀야구의 발전으로 이어지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없는 체육 재원, 대폭 줄인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에 레저세를 부과해 지방재원의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방안을 이미 입법안으로 예고한 바 있다. 국민체육기금에 세금을 부과하여 이를 지방재원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인데, 이에 따르면 연평균 4143억 원, 향후 5년간 2 714억 원의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줄어들게 된다.
 
물론 지방재원 확보를 위한 고육책일 수 있다. 하지만 재원 확충을 위해 새로운 정책과 방안을 마련하지는 않고, 결국 다른 예산을 빼내오는 얄팍한 수를 부린 것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단 리틀야구 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실패할 때마다, 유럽은 물론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하며 체계적인 지원과 인프라, 그리고 저변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나마 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망신을 당할 수 없다는 급박함에 조속한 시스템 정비라도 들어갔다.
 
반면, 종합 스포츠 제전에서 메달밭으로 일컬어지던 종목은 추락할 때마다 똑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만 될 뿐, 아쉬움만 공유하고 대책은 아무것도 없었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일들이 공론화가 될 때마다 앞 다투어 체육예산 확보와 경쟁력 있는 종목의 육성을 강조했고, 선진국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조치는 많지 않았다.
 
올림픽 세계 10를 강조하며 스포츠 강국을 자부하지만 정부의 체육예산은 정부 전체 예산의 0.1%도 되지 않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정부의 체육예산을 근근이 메워주던 국민체육진흥기금을 떼어 가면,지금도 열악한 우리나라의 스포츠 인프라와 저변은 더욱 낙후되고 축소될 수밖에 없다.
 
올림픽·아시안게임·월드컵, 얼씬도 하지 말든가...
인천 아시안게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제 정치인들은 또다시 선수촌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악수를 하며, “메달보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땀방울이 더 가치가 있다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할 것이다. 유명 스타급 선수들의 경기를 응원하고, 감동의 승부를 펼친 선수들을 격려하며 국민감정에 편승하는 모습을 연출할 것이다.
 
그나마 선거라도 끝나서 다행이다. 이러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감동의 승부가 펼쳐지고, 하필 이것이 선거와 맞물린다면 정치인들은 사탕에 몰리는 파리떼처럼 스포츠판에 꼬여댄다. 그리고 자신들의 실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냉정히 돌아서 왔다. 이러려면 차라리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는 것이 낫다.
 
대한민국의 스포츠는 지금까지 천재가 이끌어 왔다.
 
장기적인 계획과 꾸준한 지원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저변을 확보하여 조성한 화수분의 체계에서 재원들을 배출한 것이 아니라, 돌연변이처럼 튀어나온 불세출의 천재로 인해 온 국민이 열광하고, 이러한 열기에 편승한 정재계의 뒤늦은 후원과 지원이 뒤따르는 변태적인 형태가 이어졌다.
 
그나마 재계는 직접적인 후원이라도 했지만, 정치인들은 슬그머니 무임승차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국민의 관심이 스포츠에 집중될 때는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외치다가 막상 뒷전에 가서는 손쉬운 지역구 재원 마련을 위한 아전인수를 궁리하는 얄팍한 경제정책은 자라나는 스포츠 꿈나무들에게 지속적인 기적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체육진흥기금에 레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반대하는 체육단체들을 두고  체육계의 이기심”이라고 주장한다면, 그야말로 재원확보를 위한 자신들의 노력은 게을리 하고, 책임을 일부에 전가한 무책임한 정치의 표본이라 지적받아 마땅하다.
 
이 나라의 모든 살림을 총괄하는 것은 정치인들이지만, 그들이 그토록 입에 달고 다니며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대한민국 국격을 이 만큼 올려놓은 대부분의 주역들은 체육인들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체육계는 최소한 그 정도의 인프라와 저변을 보호받을 자격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