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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망언세’가 어떨까

싱글세논란이 커지고 있다. ‘싱글세‘1인 가구 과세를 이르는 것으로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하여 저출산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05년 도입이 추진되었다가 사회적 반발로 인해 취소된 바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고위관계자가 싱글세의 도입을 언급했다는 것이 전해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발언의 취지를 떠나 싱글세가 언급된다는 것 자체는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합계출산율이 1.187명에 그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에 머문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만약 저출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라고 단언할 수 있다면 싱글세는 최소한 논의의 가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예결혼출산을 포기한 소위 ‘3포 세대의 근본적인 원인은 가정을 꾸려나갈 경제적인 부담 때문이다.
 
여전히 어려운 내 집 마련과 맞벌이를 해도 윤택하지 않은 생활 속에서의 육아 문제, 자녀를 마음 놓고 위탁할 수 있는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양육과 교육에 필요한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 이들을 싱글 라이프로 인도하고 있다. 아니, 내몰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는 이러한 개인들이 가정을 꾸리고 다자녀를 출산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복지의 틀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싱글세를 도입하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을 절벽 아래로 걷어차겠다는 심산일까?
 
뒤늦게 정부는 수습에 나섰다.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싱글세와 같은 방안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이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표현한 것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세금을 거론한 복지부 관계자의 태도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이미 정부는 담뱃세를 인상하면서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이며 증세는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대선후보 토론에 나서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전국민 앞에 맹세를 했던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러면서 조손에 대한 교육비 지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한다는 등, ‘부자 감세-서민 증세의 불편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싱글세를 언급했다는 것은 정부 관계자가 얼마나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담뱃세 인상은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이고, 싱글세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일 뿐 증세는 결코 아니다라고 한다면 누구더러 이를 믿으라는 것일까? 국민의 지적 수준을 금치산자로 판단하지 않는 이상 할 수 없는 말이다. 후에 이혼세’, ‘만혼 과태료등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물론 국가의 비어있는 곳간을 채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백성의 고혈을 짜는 민화 속 탐관오리와 같은 방법밖에 없다면 그나마도 국민의 환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어떨까?
 

예를 들면 정치인 망언세공약 미이행 과태료같은 것 말이다. 정치인들의 국민 정서를 해치는 발언을 지양할 수 있도록 하고, 대통령조차 지극히 저조한 이행률을 보이는 공약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면서 국민의 정치 불신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당연히 증세는 아니다

2014년 11월 12일 <토요경제신문>